
디자인 트렌드, 파워포인트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인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파워포인트와 같은 프레젠테이션 도구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는 주로 포토샵을 사용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파워포인트만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비트맵, 벡터, RGB, CMYK, dpi 등 복잡한 요소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용 전달과 단순화, 정리에 집중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슬라이드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불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결국 글자, 단순한 도형, 색만 남게 된다. 이럴수록 디자인의 기본 원리인 대비, 통일성, 비례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디자인 역시 매년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는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과 1년 전 작업만 봐도 금세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처럼 디자인 트렌드는 끊임없이 바뀌며, 그 흐름을 읽고 반영하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과제다. 파워포인트 같은 프레젠테이션 도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고 청중의 시선을 끄는 역할까지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슬라이드 디자인에도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뉴모피즘과 글라스모피즘, 그리고 Liquid Glass
2019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뉴모피즘(Neumorphism)’과 ‘글라스모피즘(Glassmorphism)’은 이미 4~5년이 지난 디자인 트렌드다.
뉴모피즘은 ‘New(새로운)’와 ‘Skeuomorphism(스큐어모피즘)’의 합성어로, 플랫 디자인의 미니멀함과 스큐어모피즘의 입체감을 결합한 스타일이다. 부드러운 그림자와 하이라이트를 활용해 UI 요소가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거나 파묻혀 보이게 만든다.
글라스모피즘은 ‘Glass(유리)’와 ‘Morphism(형태)’의 합성어로, 서리 낀 유리처럼 반투명하고 블러(흐림) 효과를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 스타일은 깊이감과 세련미를 더해주며, 여러 레이어를 쌓아 입체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025년, 애플이 ‘Liquid Glass’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공개하면서 이 트렌드는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Liquid Glass는 실제 유리처럼 빛과 색,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며, iPhone, iPad, Mac 등 애플 기기 전반에 적용될 예정이다. 실시간 렌더링과 동적 하이라이트, 배경과의 조화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이처럼 거대 기업의 변화는 사용자들의 디자인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하지만 움직이는 반투명 개체 위에서 실시간으로 반사나 투명 효과, 그림자 등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넉넉한 여백이 필요하고, 기존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뒷배경의 디테일까지도 이제는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시로 설명한 디자인 언어들의 차이를 간단히 알아보자.

파워포인트로 구현하는 뉴모피즘과 글라스모피즘
결국 리퀴드글라스 기법은 뉴모피즘과 글라스모피즘의 보다 극단적인 도입이다. 실시간으로 유리의 효과를 내려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파워포인트에서는 제한적인 표현밖에 할 수 없겠지만 가능성을 보기 위해 한 번 시도해 보았다. 우선, 뉴모피즘(부드럽게 볼록하고, 넓은 그림자)의 표현이다.

파워포인트에서 뉴모피즘을 표현할 때는 도형에 부드러운 그림자와 하이라이트를 더해 입체감을 준다. [3차원 서식] 기능을 활용하면 입체감이 살아나지만, 리소스 소모가 크고 부드러운 질감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는 테두리 효과로 보완하거나, [네온] 효과를 활용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강조할 수 있다. 단, 네온 효과는 각도 조정이 어려워 불필요한 흰색이 그림자 영역에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글라스모피즘은 투명하고 매트한 유리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워포인트에서는 도형의 투명도와 그림자, 그림과 도형의 블러 효과(선명도 조절)를 조합해 겹치는 영역에서 배경이 뿌옇게 보이도록 연출할 수 있다. 실시간 블러 처리는 어렵지만, 투명도 조절과 사진 효과를 반복 적용하면 정지된 슬라이드에서는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리퀴드글라스 디자인을 파워포인트로 구현해 보았다.
투명한 유리의 특징을 살려 표현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유리는 배경을 비추지만 그 모습이 완전히 선명하지 않고 약간 왜곡되어 보인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유리 아래에 위치한 배경 이미지를 별도로 복제해 블러(흐림) 효과를 주고, 이 부분만 유리 개체와 겹치게 배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유리 위에 올려진 영역만 배경이 흐릿하게 비쳐, 실제 유리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다.
둘째, 유리의 존재감은 주로 테두리에서 드러난다. 실제 유리도 빛을 받으면 테두리 부분이 더 밝거나 반짝여 보이는데, 파워포인트에서는 개체의 테두리에 약간의 밝은 색상이나 그라데이션, 또는 소프트 엣지 효과를 적용해 입체감과 유리 특유의 경계를 표현할 수 있다. 개체 내부에는 효과를 최소화해 투명한 느낌을 유지하고, 테두리 쪽에만 강조를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리퀴드글라스 효과를 구현하려면, 단순히 투명도를 조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배경의 왜곡, 테두리의 강조 등 유리의 물리적 특성을 세심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파워포인트에서도 충분히 리퀴드글라스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의 적용과 한계
이러한 트렌드는 시각적 임팩트가 크지만, 그림자와 빛 효과로 인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여백이 부족하면 정보 전달이 흐려질 수 있다. 그림자가 겹치는 부분에는 같은 레이어의 개체를 넣기 어렵고, 촉각적 효과가 강조된 만큼 요소 간 경계가 모호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전달할 데이터가 적고, 시각적 임팩트가 필요한 슬라이드에 적합하다.
실제로 피티위즈에서 이러한 디자인 언어들을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파워포인트로 작업 됨)


최근 작업 사례를 돌아보면, 복잡한 배경 위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배경 이미지를 블러 처리하여 시각적 노이즈를 줄이고, 그 위에 불투명한 레이어를 덧씌우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면 배경의 복잡함은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리면서도, 주요 정보나 메시지는 더욱 또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 특히 글라스모피즘과 같은 트렌드를 적용할 때는 투명도와 블러 효과를 적절히 조합해,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정보의 가독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시인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디자인 트렌드를 실험해 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뉴모피즘이나 플랫 디자인 등 현대적인 스타일을 적용하거나, 애니메이션과 인터랙션을 활용해 프레젠테이션의 몰입도를 높이는 등 여러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에 있으므로, 최신 트렌드를 무분별하게 따라가기보다는 정보 전달력과 시각적 완성도를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